베트남, 전통시장 상인까지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 생계형 자영업자들 “디지털 전환 버겁다”
베트남 정부가 2025년부터 전통시장 상인과 소규모 개인사업자에게까지 전자세금계산서(Hóa đơn điện tử) 발급을 의무화하며 전국적인 세무 개혁에 나섰다. 기존에는 기업 및 일부 중·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시행되던 전자세금계산서 제도가 이제 노점, 시장 상점, 음식점, 미용실 등 영세 자영업자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책의 배경에는 탈세 방지 및 거래 투명성 확보라는 정부의 명확한 목표가 있다. 특히 현금 거래가 주를 이루는 전통시장 등에서는 수입 은폐 및 매출 누락이 빈번하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세무관리법을 개정하고, 매출 기준 또는 업종 특성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개인사업자에게도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의무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전자세금계산서는 기존의 종이 영수증 대신 국세청 포털을 통해 디지털 방식으로 실시간 발급되고 자동 보고되는 시스템이다. 베트남 재정부는 이를 통해 세수 누락을 방지하고, 납세자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은 자체 플랫폼뿐만 아니라 민간 전산 서비스와 연계된 발급 시스템도 병행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호찌민 떤딘(Tân Định) 시장에서 20년 넘게 채소 장사를 해 온 쩐 티 끄엉(Trần Thị Cường) 씨는 “하루에 50만 동도 벌지 못하는 날도 많은데, 세금계산서를 스마트폰으로 발급하라고 하니 막막하다”며 “인터넷도 잘 안 되고, 휴대폰은 전화밖에 못 쓴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 상인과 노점상 상당수는 스마트폰이 없거나, 있어도 전자서명(디지털 인증서) 등록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농촌·산간 지역의 소상공인들에게는 디지털 세무 시스템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정부는 2025년 6월까지 유예기간을 설정하고, 전국 시장을 돌며 교육팀을 파견해 상인들에게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국세청은 일부 지역에 모바일 간편 앱을 시범 운영 중이며, 일정 소득 이하 영세 상인에게는 전자서명 서비스를 1년간 무료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상인들은 생계를 걱정하며 제도 시행에 불만을 드러낸다. 특히 “현금 거래를 주로 하는 상권에, 디지털 발급 시스템을 강제로 적용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 부담”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베트남 재정부는 이번 조치가 공평한 조세 환경 조성과 부가가치세(VAT) 과세 기반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일부 대도시에서는 소형 카페, 음식점, 네일숍 등에서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이 정착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배달 기사, 미용사 등 프리랜서 형태의 개인 서비스 제공자에게도 적용이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세수 확대, 전자정부 구현, 그리고 소비자 신뢰 강화라는 세 가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현실에서는 영세 상인의 불안감과 기술 장벽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마무리 :
전자세금계산서는 선진국형 투명한 세무행정으로 가기 위한 필수 도구다. 그러나 시스템을 강제하기 전에 사회적 이해도와 디지털 접근성의 격차를 메우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기술은 공정하지만,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불공정하다’는 사실을 베트남도 인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