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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안남국(베트남)의 교류, 알고 보면 깊은 인연

비즈트래블러 2025. 5. 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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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시대부터 조선까지 이어진 외교·무역 이야기 (침향·제례·사신 중심)


한국과 베트남의 인연은 단지 현대의 경제·문화 교류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사실 두 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외교와 무역을 통해 이어져 온 오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교류의 매개는 단지 물질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사상과 제도, 의례와 예법, 문물과 풍속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삼국시대–고려–조선시대를 거쳐 이어진 우리나라와 안남국(현재 베트남)의 교류 이야기를 심화된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동남아와의 접촉

삼국시대 중 백제와 신라는 해양 활동을 통해 중국 남부, 동남아 지역과 간접적으로 연결된 무역권에 속해 있었습니다. 고고학적 유물 분석에 따르면, 남중국·베트남 지역에서 유통되던 향료류, 약재, 유리구슬 등이 한반도에서 출토되고 있어, 당대 해상 실크로드가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 📌 백제는 일본 규슈, 중국 남부, 동남아 해상국과 활발히 교류했으며,
  • 📌 신라 역시 동남아산 향료 및 금속류를 수입한 흔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베트남 북부 지역(당시 교지지방)**과의 간접 무역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특히 침향, 정향, 계피 같은 고가 향신료는 해양 루트를 통해 궁중과 귀족사회에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 고려시대의 해상 팽창과 남방 무역 강화

고려는 송나라 및 동남아 해상국들과 활발한 무역 활동을 벌였으며, 무역선이 남중국해까지 항해한 기록이 다수 존재합니다. 『고려사』, 『고려사절요』에는 남해안 일대에 국제무역항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기록과 함께 해외 상단의 활동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특히 고려 왕실은 향료와 약재의 수입에 관심이 많았으며, 동남아 지역에서 유입된 침향·정향·계피·감초 등의 수입품은 왕실 행사 및 의료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고려 후기에는 송과 원이 쇠퇴하면서 해양 루트를 통한 동남아와의 교류가 더 적극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 📌 진도, 제주도 등을 거점으로 한 삼별초의 남하 활동은 동남아와의 접촉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 조선시대와 안남국의 공식 외교 기록들

조선시대에 이르러 ‘안남국(安南國)’은 조선의 외교문서와 사서에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명나라와 청나라의 책봉체제 아래 있었던 조선과 안남국은 북경 등지에서 자주 사신단을 교차하며 문물 교환과 문화적 인식 교류를 이어갔습니다.

  • 📚 『세종실록』: “안남국에서 바친 침향은 그 향이 깊고 품질이 뛰어나다.”
  • 📚 『승정원일기』: “왕실의 향로에 쓸 침향을 안남국 수입품 중에서 엄선하였다.”
  • 📚 『동문선』에는 사신 간 교류 시의(詩)나 외교문 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조선은 안남국과 공식 외교 루트를 통해 직접 침향·약재·향료 등을 수입하였으며, 이는 국가적 의례나 왕실 의료 체계에 직접 활용되었습니다.


🔄 침향: 베트남이 전해준 동양의 향

침향(沈香)은 베트남 중남부 산지에서 채취되는 고급 수지 향료로, 나무가 상처를 입고 수십 년 이상 자생하면서 생성되는 자연의 결정체입니다. 향이 진하고, 무게가 있으며, 연소 시 불꽃 없이 연기만 피는 ‘무화지향(無火之香)’으로 분류됩니다.

조선에서는 침향이 다음과 같은 용도로 활용되었습니다:

  • 🪔 국가 제례 시 조상의 정결한 혼백을 부르는 향
  • 💊 왕실 약방에서 기 순환, 복통, 심신 안정 용도
  • 🧘 왕이나 문신이 명상 또는 독서 시 피우는 향료

조선의 침향 수입은 대부분 안남국(베트남)에서 조공 또는 무역을 통해 공급되었으며, 그 고급스러운 품질 때문에 귀족층 사이에서도 별도의 거래 시장이 존재했다고 전해집니다.


🪔 제례 문화의 공통점: 유교의례의 확장

조선과 안남국 모두 성리학에 기반한 유교국가였으며, 가례(家禮), 국조오례의 등의 제사 지침이 엄격하게 정리돼 있었습니다. 베트남은 여기에 불교·도교적 요소가 혼합되어 삼교합일(三敎合一) 형태의 독자적 제례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 📿 조상 숭배와 제례에 대한 강조
  • 🕯 향과 음식을 통한 정성 표현
  • 🧧 후손의 도리로서 제사의 실천

특히 ‘향’을 제사에 사용하는 관습은 침향의 신성성과 정결함을 상징하는 문화 요소로 작용했으며, 이로 인해 침향이 단순 향료를 넘어 영적 매개체로 여겨졌습니다.


📦 조공·무역 품목: 침향 외에도 다양한 교류

조선과 안남국 간의 교류는 침향 외에도 다음과 같은 품목들이 포함되었습니다:

  • 🌿 약재류: 계피, 정향, 감초, 목향
  • 🌸 향료류: 침향, 백단향, 용뇌
  • 🏺 공예품: 도자기, 자개함, 유리공예품
  • 👘 섬유류: 비단, 자수천, 금박 원단

이러한 품목들은 조선 왕실의 의례, 의약, 복식, 생활문화에 영향을 주었고, 동남아시아의 문물에 대한 조선의 이해와 수용력을 보여줍니다.


✍ 마무리하며

삼국시대의 해상 간접 무역부터 고려의 해상 진출, 조선의 외교 문서와 실록 기록에 이르기까지—한반도와 베트남은 오랜 시간 서로를 인식하고 받아들여온 동아시아의 파트너였습니다.

침향이라는 향 하나로 시작된 이 인연은 단지 향기가 아닌 역사와 정신, 문화와 정서의 교류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한-베 문화 교류는 우연이 아니라, 이처럼 깊고도 오랜 인연이 다시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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